사래는 단순히 음식이나 침이 잘못 넘어가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반복적이거나 만성적으로 발생한다면 신경학적 원인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후두를 지배하는 신경의 민감도 변화나 손상은 사래가 잦은 사람들에게서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래의 의학적 원인을 해부학적·신경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실제 진단과 치료 방법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사래의 생리학적 메커니즘: 후두신경의 역할
사래는 인체의 ‘방어 반사’ 중 하나로, 기도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음식이나 침이 식도 대신 기도로 잘못 들어가려 할 때, 후두의 신경이 이를 감지해 즉시 기침 반사를 일으키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의 중심에 있는 것이 미주신경(Vagus Nerve) 과 그 가지인 상후두신경(Superior Laryngeal Nerve) 입니다. 상후두신경은 후두의 감각을 담당하여 아주 미세한 자극도 감지해 즉시 기침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만성 염증, 혹은 신경 손상으로 인해 이 감각 신경이 과민해지면, 아주 약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하여 사래가 자주 걸리게 됩니다. 반대로, 신경 반응이 둔화된 경우에는 음식물이 기도로 일부 들어가도 반응이 느려 ‘무사래’ 상태가 되어, 오히려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특히 중장년층 이상에서 나타나는 반복적 사래는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신경 조절 기능의 저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이러한 경우 후두 내시경 검사와 신경 반응 테스트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합니다.
2. 후두신경 손상과 사래의 관계
후두신경은 단순히 기침 반사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성대 움직임과 삼킴 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통사고, 경추 수술, 갑상선 수술 등에서 후두신경이 손상되면, 사래가 자주 걸리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후두신경(Recurrent Laryngeal Nerve) 이 손상되면 성대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음식물이 식도 대신 기도로 들어가기 쉬워지고, 이때 반복적인 기침과 사래가 나타납니다.
또한 신경 자체가 손상되지 않았더라도, 역류성 식도염이나 인후두염 등으로 인한 만성 자극이 신경의 과민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작은 이물질이나 침 삼킴에도 기침 반응이 과도하게 유발됩니다.
의학적으로는 이러한 상태를 후두신경 과민증후군(Laryngeal Sensory Neuropathy) 으로 부르며, 이는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신경성 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됩니다. 이 경우 일반적인 감기약이나 진해제는 효과가 없으며, 신경 안정제나 미주신경 조절 약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3. 의학적 진단과 치료 방법
사래가 반복되거나 만성적으로 지속된다면, 단순한 생활습관 교정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먼저 후두 내시경 검사를 통해 성대와 인후 점막의 상태를 확인하고, 신경 전도 검사로 미주신경 및 후두신경의 반응성을 측정해야 합니다.
만약 신경 과민이 원인이라면, 신경 안정제(예: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등을 사용해 신경 자극을 완화시키는 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또한, 역류성 식도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위산억제제를 병행하여 인후 자극을 줄여야 합니다.
한편, 신경 손상으로 인한 사래는 재활치료와 삼킴 운동이 필요합니다. 전문 언어치료사가 지도하는 삼킴 근육 강화 운동과 성대 닫힘 훈련을 통해 반사 속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는 따뜻한 수분을 자주 섭취하고, 목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카페인·알코올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흡연자는 금연을 실천해야 신경 자극이 줄어듭니다.
만약 이러한 치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후두신경 차단 주사(Laryngeal Nerve Block) 나 보톡스 치료 등 신경 자극을 억제하는 시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전문의의 판단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 론
사래는 단순한 일상적 현상처럼 보이지만, 신경 과민이나 손상 등 의학적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후두신경의 감각 이상은 만성적인 사래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반복적인 사래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근본적인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목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입니다.